정신병원을 탈출하기 위해 감옥에 가야 했다는 말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는 과장이 아니다. 2024년 울산 반구대정신병원에서 발생한 폭력 사망 사건은,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오랜 시간 반복되어 온 구조적 문제의 결과였다.
오전 6시 45분, 서울 봉천역 3번 출구. 매서운 바람과 영하의 날씨 속에서 약 20명의 당사자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몇은 한두 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한 채였다. 오전 7시, 버스는 울산을 향해 출발했다. 정신과 약으로 쏟아지는 졸음과 추위를 견디며 이들이 울산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마인드포스트 기자로서의 첫 취재는 당사자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이 여정이었다. 차도 없고 운전도 할 줄 몰랐지만, 당사자들이 탄 버스에 함께할 수 있었다. 이 버스는 부천 더블유진병원 피해 유가족 어머니의 물질적 지원으로 대절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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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심각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동 중 휴게소에 정차할 때마다 버스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이한결 울산반구대정신병원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기자 이번 사건이 한겨레 보도를 통해 크게 알려졌는데, 기사로 처음 알게 되셨나요?
이한결 위원장 아닙니다. 반구대병원 사건은 한겨레 보도 이전부터 이미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해당 병원을 조사하려 했지만 병원 측이 이를 거부했어요.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보통은 형사고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직권조사를 수용하거든요. 이후 한겨레 기자가 관심을 갖고 취재하면서 사망 사건 외에도 여러 부정한 행위들이 드러났습니다.
기자 한겨레 기사 외에 추가로 짚고 싶은 문제가 있을까요?
이한결 위원장 울산 시민단체들은 2018년부터 반구대병원의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동향원이라는 사회복지법인 안에서 시설 내 인권침해가 있었고, 말을 듣지 않는 발달장애 이용자들을 정신병원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법적 분쟁에서 반구대정신병원과 동향원이 모두 승소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증거를 더 모으고, 반드시 책임을 묻자고 힘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