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주: 한마음의집이 미인가시설을 운영했다며 고발된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애초에 미인가시설이 아니었음에도 서대문구보건소 측이 집요하게 미인가시설을 운영했다고 비판하고 이를 인정하는 확인서에 서명까지 요구한 것은 을의 위치에 있는 시설, 특히 정신장애인시설에 대한 국가기관의 ‘갑질’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시설의 비리를 적발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기관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그 공적 점검과 사적 감정의 작동이 합쳐질 때 시설은 을의 자리에서 심리적 모욕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게 된다.
<마인드포스트>는 해당 보건소의 ‘갑질’ 지도점검 당시 한마음의집 활동가로 상황을 겪었던 이종수(가명) 씨의 의견을 싣는다. 그는 지도점검 당시의 충격으로 수면장애를 겪으며 퇴사했다. 의견을 보내며 그는 <마인드포스트>에 익명을 요청했다. 또 우리는 지도점검을 했던 보건소의 직원에 대해 신상 노출을 막기 위해 단순히 A씨로 부르기로 했다]
최동표 한마음의집 시설장. 2022년 9월 사진. 그는 그때까지 열의에 차 있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나는 지난 2022년 1월,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한마음의집 활동가로 취업했다. 그때 아홉 명의 입소자들이 있었다. 나는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 정신건강과 관련된 기관들에서 여러 해 일을 해 왔기 때문에 정신장애인들과의 관계에 익숙했다. 입소한 그들은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그때 30대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일 년에 한 번씩 있는 서대문구보건소의 지도점검일이 다가왔다. 지난해 11월 22일이 그날이었다.
보건소 직원 A씨, 구 담당 공무원, 회계사 등 총 3명이 시설을 방문했다. 이중 A씨는 근무일정표 문서철과 차량운행일지, 출·퇴근부, 출장명령, 외출대장 자료를 요구했다. 또 공문 문서 수발신에 대한 문서철을 확인했다. 보통 이 문서철은 정리가 잘 돼 있는지만을 확인하는데 꼼꼼이 들여다보고 있어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A씨는 최동표 시설장이 수발신 문서철에 나온 행사에 모두 참여했는지를 물었다.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나무라듯이 말했다. 나는 야간직원으로 일해왔는데 낮 시간에 시설장이 하는 모든 활동을 확인할 수 없음에도 이를 트집잡는 것에 강한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꼈다.
이들은 한마음의집 건물 2층에 누가 사는지 물었고 나는 ‘독립주거’라고 답했다. 주무관은 2층 계약 관련 서류를 요구했다.
참고로 2층은 최동표 시설장이 한마음의집을 퇴소해 갈 곳이 없는 전(前) 입소자 3명이 살 수 있도록 자기 돈 5000만 원을 주고 임차해 당사자와 보호자들의 동의하에 주거만을 제공한 곳이다. 임차일은 2020년 10월 11일이다. 이후 같은 달 19일부터 3명의 당사자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최 시설장은 이들에게서 공과금, 가스비, 생활비를 합쳐 한 달에 일인당 60만 원씩을 받고 있었다.
중요한 건 2층은 한마음의집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최 시설장이 전세를 구했고 이를 임대한 ‘임대주택’이라는 의미다. 나 역시 한마음의집 일을 하면서 2층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그들은 한마음의집 입구가 아닌 다른 계단을 이용해 출퇴근했으며 이들은 한마음의집과 아무 관련이 없는 한 정신건강의학과가 운영하는 정신재활 낮병원을 주간에 이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도점검반은 2층을 보여줄 것을 언성을 높여 요구했다. 2층은 임대차계약에 의한 공간이기에 시설장과 나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고압적 태도에 안내를 해야 했다. 이들은 2층 내부를 무단으로 사진 촬영했다.
이들은 나중에 이를 임대차 계약에 대해 ‘미인가시설’ 운영이라고 주장해 경찰에 고발한다.
지도점검 시간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물론 행정을 책임지는 공무원들이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히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건소 직원들의 행동거지는 나를 인격적으로 무시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가혹했다. 불쾌했다. 하지만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지 못한 건 혹시나 시설에 불이익에 생길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날 점검 후에도 같은 달 24일과 29일에도 안전점검을 이유로 방문했다.
그리고 12월 26일, 이번에는 A씨와 서울시 주무관이 함께 방문했다. 시설장은 연차를 쓴 상태였다. A씨는 “연차를 12월에 몰아서 쓰는 게 어디 있냐”고 따지듯 물었다, 연차는 법적으로 정해진 권리임에도 연차 이용을 문제 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들은 근무일정표가 원본이 아니고 수정된 이유를 물었다. 지난 안전점검 때 지도점검반이 종사자들 외 수련생들, 대체 인력, 자원봉사자 이름이 근무일정표에 들어갈 필요는 없으니 수정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수련생들 이름을 근무일정표에서 뺐으며 대체인력 선생들의 이름도 빼고 ‘대체인력’이라고만 명시한 것이다.
나는 종사자와 대체인력의 근무일정을 변경하지 않고 이름만 변경했다고 말했다. 주무관도 확인 후 “이상 없네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종사자들 근무 일정까지 다 바꾸는 경우가 어디 있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앞뒤가 안 맞는 질책이었다.
한마음의집 전경. 1층과 2층은 독립된 출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1층과 2층 거주자들이 서로 대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그는 근무일정표 원본을 요구했다. 그리고 근무일정표에 수정된 부분은 시설장이 시킨 것이었는지 물었다. 나는 지난 번 안전점검 왔을 때 그 부분을 수정하라고 해서 내가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수정 전 근무일정표 전체를 복사할 것을 요구했고 수정 요구 사항에 따라 수정한 부분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는 대체인력 출근부도 요구해 전달했다. 심적으로 힘들었다.
이들은 한마음의집 수련생들이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수련 과정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사례관리 등 실제 교육들이 실시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이는 지도점검 항목과는 관련 없는 질문으로, 나는 이들 태도에 부당함을 느꼈다.
우리는 보건소 측이 미인가시설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던 2층 거주자 3명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첫 지도점검 이틀 후인 2022년 11월 24일, 이들을 다른 시설로 옮기는 것을 도왔다. 거주자들과 보호자들은 “갈 곳이 없다. 더 머물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보건소 측의 요구가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미인가시설을 운영하는 것에 행정조치를 하겠다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공실로 남은 이 공간을 점검반은 재방문해 상황을 확인했다.
나중에 알았다. 보건소 측이 “한마음의집 2층에 대한 최 시설장과 퇴소 회원간의 개별 임대차 계약서 사본이 미인가시설의 증거”라며 “미인가시설을 인정하라는 확인서를 미리 작성해와 그 자리에서 사인을 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최 시설장은 시설 운영에 불이익이 생길까 봐 미인가시설이 아님에도 이를 인정하는 서류에 사인을 했다고 한다.
지금, 보건소 측은 최 시설장을 상대로 미인가시설 운영 등 정신건강복지법 제72조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21일 현재, 이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정신건강복지법 제72조는 보호시설 이외의 장소에 정신질환자를 수용하거나 폭행 등 가혹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불법 수용에 대한 가혹행위 방지라는 입법취지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2층은 불법 수용시설인가? 아니다. 이는 최 시설장이 한마음의집을 퇴소한 이들에게 정당하게 월세를 내고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한 임대주택일 뿐이다.
2층에 살았던 김모(52) 씨는 최근 “나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보호자와 합의 하에 임대를 얻어 2층에서 2020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생활했음”이라는 확인서를 보내왔다. 그곳이 시설이 아닌 일반 주택 개념이라는 사실 확인서였다.
또다른 정신장애인 당사자 보호자 정모(55) 씨는 “본인은 정씨의 누나로 (2층의) 월차임 매달 60만 원을 매월 5월 지급하기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2020년 10월 19일 본인 (당사자 정씨의) 의사표현에 의한 적법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확인한다”는 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만일 미인가시설이고 부당한 임대차 체결이었다면 직접 2층을 이용하고 이에 동의했던 당사자와 보호자가 이런 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병원에서 안정제를 맞고 있는 최동표 시설장. (c)마인드포스트 자료사진.
최 시설장은 현재 불면증과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의 정신장애인 사회복지 운동을 한 결과가 모조리 부정당하는 좌절감이 그를 우울에 빠뜨린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 나 역시 그렇다. 지도점검 때 보건소 직원들이 보여준 무례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어야 했고 이로 인해 수면장애가 찾아와 정신과 진료까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직원들은 저녁에도 불시 방문해 자원봉사자와 입소회원들이 있는 데서 최 시설장에게 미인가시설 사실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불응 시 시설 보조금을 중단하고 고소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 강요를 들은 입소자들은 강한 불안감에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기관은 소위 ‘나랏돈’으로 운영하는 시설의 잘잘못을 찾고 위법한 것에는 정당한 벌칙과 계도를 하는 것이 임무다. 누구도 이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시설 운영 시스템의 부실과 회계 부정에 대한 지도점검을 넘어 시설 직원들을 무시하고 윽박지르고 불안감을 조성하면서까지 ‘갑질’을 한다면 이는 사적 감정이 개입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나는 보건소 직원들이 떠난 후 동요하고 불안해하는 입소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상황을 설명하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리고 12월 22일, 나는 한마음의집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추후에 지역사회에서 국가기관의 갑질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요청하면서 말이다. 내 사직서는 1월 31일 처리됐다.
출처 : e마인드포스트(http://www.mindpost.or.kr)